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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못해서 지구가 멸망하면 어떡하나’ 걱정걱정...핵심은 ‘기후감각’ 키우기
2021.06.03

김재한 감독 H.eco포럼서 ‘기후시민’ 토크
다큐영화 ‘기후시민백과’ 내년 5월 공개
아이도 어른도 기후위기 자책감 시달려
개인에 떠넘기는 환경교육·정책 변화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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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시대. 초등학생도 정부와 기업과 시민이 나서 이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이야기만으로 99.9%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나.”

 

이같은 고민의 끝에 탄생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시민의 힘을 모아 기후위기를 알리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영화 ‘기후시민백과’다. 영화를 연출하는 김재한 감독은 시민들의 펀딩으로 예산을 일부 마련해 내년 5월 공개를 목표로 제작하고 있다.

 

빈곤과 다문화 가정, 전후 상처 등을 영화로 풀어내왔던 김재한 감독이 차기 소재로 기후위기를 택한 건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만난 김재한 감독은 “내가 페트병 덜 쓴다고 환경이 나아지느냐. 개인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가방에서 텀블러를 꺼내 마시는 사람이었다.

 

김재한 감독은 지난해와 올해 심사에 참여했던 환경 공모전을 통해 제법 많은 시민들이 기후위기에 위기감과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김 감독은 “기후 행동 실천이 주제였는데 초등과 청소년, 성인부에서 공통적으로 플라스틱 재활용 등을 다룬 작품들이 나왔다”며 “가만 들여다보니 아이들이 ‘나 하나 재활용을 잘 못해서 지구가 멸망하면 어떡하냐’는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10일 열리는 H.eco포럼(헤럴드환경포럼)서 ‘행동하는 기후시민’을 주제로 한 토크에 패널로 참여하는 김 감독은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을 떠안은 개인은 우울과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기후위기를 다루는 영화를 찍는 데에도 수십 명의 스태프들이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이동하며 탄소 배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인에게 기후위기에 대한 무능과 책임을 떠넘기는 환경 교육과 정책을 바꿔야겠다는 결론에 다다른 김 감독은 영화 ‘기후시민백과’ 제작과 기획에서 주장이나 수치들은 걷어내고 ‘기후감각’을 키우는 데 주목했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기후시민은 김 감독과 함께 영화 제작에 참여하는 이찬원 기후시민백과제작위원장이 만든 단어다. 기후시민은 기후재앙에 대한 정확하고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생활 방식을 바꾸고 주위 사람들에게 동참을 권하고 사회적 전환을 요구하는 시민을 뜻한다.

 

‘원령 공주’ 등 일찍이 자연 파괴를 영화화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예를 들며 김재한 감독은 “사람이 기본인데 배경은 자연과 환경의 문제를 다루듯이 ‘기후시민’을 전면에 내세운 것 역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라며 “인간 불평등과 빈곤, 이기심 등을 기반으로 개인에게 기후위기의 책임을 떠넘기고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가 영화의 주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김재한 감독은 이달부터 경남도립미술관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해외 단편 영화들을 시민들과 함께 감상하는 캠페인도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지난 4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쿠시마의 피폭 돼지’ 등이다. 김 감독은 “인간이 만들어낸 생태학적 재난을 담담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영화”라며 “섬찟한 이야기지만 극장을 나서면서 돌이켜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하고, 그에 앞서 시민들과 함께 감상하고 싶다”고 했다.

 

주소현 기자·사진=박해묵 기자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210603000842&ACE_SEARC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