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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에르메스도 엄두 못낼 이 패션쇼” 진짜 명품만 모였다? [지구, 뭐래?]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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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쨍그랑!”

 

짙은 분홍색에 어깨와 배꼽을 드러낸 상·하의를 입은 모델이 숟가락으로 유리잔을 쳤다. 이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대로 걸어갔다. 그러자 모델 뒤로 음식과 접시 등이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식탁보인 줄 알았던 흰 천도 사실 옷의 일부였던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에서 조회 수 수십만회를 기록한 이 영상은 2023년 가을·겨울 패션위크 속 한 장면이다.

 

이 브랜드는 샤넬, 에르메스도 아니고 이곳은 파리도, 뉴욕도 아니다. 이 영상으로 패션업계에서 변방으로 통하는 덴마크 코펜하겐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 패션쇼에 참가하려면 조건이 있다. 바로 지속 가능성이다. 구체적으로는 옷의 절반 이상에 재활용 또는 재사용, 신소재 등을 사용해야 한다. 모피는 완전히 금지된다.

 

또 판매되지 않은 재고를 불태우고 없애버리는 브랜드라면 코펜하겐 패션위크에 들어올 수 없다.

 

무대에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사용될 수 없고, 소비자들에게 ‘오래 입기’의 가치를 알려야 한다. 모델을 섭외하거나 직원을 채용할 때도 다양성을 고려해야 한다.

 

올해 ‘코펜하겐 패션위크(CPHFW)’에 참가한 브랜드는 단 28개뿐. 18개 세부 조건을 모두 충족한 브랜드들이다. 30개 브랜드가 코펜하겐 패션위크에 참여하려 했으나 2개 브랜드는 중도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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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패션쇼는 환경단체들의 공격을 받아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15분짜리 패션쇼 무대를 제작하는 데에 6개월 이상 걸린다. 조명을 켜고 음악을 트는 데 전력이 많이 사용되고, 각종 초대장,포스터 등도 결국 폐기물이 된다.

 

전 세계 사람이 모여드는 데도 탄소가 배출된다. 2019년 한 해 동안 뉴욕, 런던, 파리, 밀라노 등 4대 패션위크에서 이산화탄소 24만1000t이 배출됐다. 에펠탑을 3060년 동안 밝힐 때 나오는 탄소와 맞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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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도 부리면서 환경을 고려할 수는 없는 걸까. 이 같은 고민의 결과물이 코펜하겐 패션위크다. 이곳의 CEO 세실레에 토르스마크는 “매우 길고 집중적이고 철저한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한다.

 

시작은 2020년이었다. 올해까지 2019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절반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상쇄하기로 했다.

 

이 같은 계획을 패션브랜드들이 단번에 지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코펜하겐 패션위크에 안 나가면 그만이었다. 참가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3년간 온라인 세미나를 하고 탄소배출량을 측정하는 도구, 일 대 일 코칭 등을 제공했다.

 

그 결과는 극적이었다. 2021년에 조건을 충족한 브랜드는 하나도 없었지만 올해는 28개 브랜드 중 27개 브랜드가 해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로 코펜하겐 패션위크에 참여한 디자이너 아멜리아 로지 호브는 “오랫동안 지속 가능성은 모호한 용어였다. 구체적인 것이 필요했다”며 “지속 가능성을 이미 실천하고 있었지만 접근방법을 명확하게 하는 데에 도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코펜하겐 패션위크는 해마다 참가조건을 늘려갈 계획이다. 또 다른 디자이너 에어론은 “현지에서 유기농 등 인증 섬유로 폐기물이 없는 니트를 생산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며 “이곳의 기준이 도전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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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패션위크의 실험은 확산될 조짐이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도 자국의 패션위크에 이 패션쇼의 조건을 적용했다.

 

‘뉴욕 패션위크’의 CEO 스티븐 콜브는 “코펜하겐보다 훨씬 더 큰 ‘뉴욕 패션위크’가 참여 디자이너들에게 유사한 지속 가능성 요구사항을 부과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코펜하겐이 선례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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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dressh@heraldcorp.com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230214000533&ACE_SEARC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