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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페트병, 투명 vs 갈색…어떤 게 맛있어 보여요? [지구, 뭐래?]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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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맥주병 하면 자연스레 갈색을 떠올린다. 최근 들어서는 녹색(하이트진로의 ‘테라’), 투명(오비맥주의 ‘카스’) 맥주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2019년 이후에야 나타난 모습이다.

 

맥주 업계가 갈색병을 고집해온 데에는 과학적 이유가 있다. 맥주 특유의 향과 쓴맛을 내는 홉은 자외선에 오래 노출됐을 때 불쾌한 향을 내는 화학물질을 생성한다. 서양에서는 햇빛에 노출돼 변질된 맥주의 맛을 ‘스컹크 방귀 맛’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갈색병은 자외선 차단율이 높아 맛의 변질을 막을 수 있다. 녹색병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사실 수십 년 전부터 ‘카프리’나 ‘코로나’ 등 투명병 맥주는 있었다. 하지만 이는 자외선에 반응하지 않는 특수 재료를 쓰거나, 병에 별도의 자외선 방지 처리를 해둔 경우다. 그나마 유리병은 여러 대안을 고민해볼 수 있지만, 비슷한 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운 페트병의 경우는 갈색 외에는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현재 맥주 업계는 갈색에서 벗어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유리병은 상관없지만, 페트병의 경우 2024년 이후로는 반드시 투명 페트병만 써야 하기 때문. 당연히 초록색 페트병도 안 된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갈색 페트병은 재활용 골칫거리
유색 페트병 사용을 금지한 것은 환경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 2019년 자원재활용법을 개정해 유색 페트병의 사용을 원천 금지했다. 사이다(초록색), 막걸리(불투명) 등은 법이 시행된 2020년 12월 전까지 모두 시장에서 퇴출됐다. 우리가 아직 갈색 맥주 페트병을 볼 수 있는 것은 품질 보존을 이유로 5년의 유예기간을 받았기 때문이다.

 

페트병은 파쇄 과정을 거쳐 섬유나 시트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데, 투명할수록 재활용 가치가 크다. 반대로 유색 페트병은 솜, 부직포 등 저품질로 재활용되거나 매립·폐기된다. 맥주 페트병은 특히 골칫거리다. 맥주의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외부 산소를 차단하기 위해 페트와 페트 사이에 나일론이 삽입된 3중막 구조로 제작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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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페트병이 재활용하기 얼마나 어려운지는 페트병 관련 분담금만 봐도 알 수 있다. 페트병 등 포장재를 생산하는 기업은 폐기물 처리 업체로 전달될 일정의 분담금을 내야 하는데, 무색페트병의 경우 1㎏ 당 172원이 부과되는 반면 맥주 페트병과 같은 복합페트병에는 372원이 부과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생산된 복합재질 페트병은 1만1443t에 달한다. 1병당 100g으로 어림잡아도 1억병이 훌쩍 넘는 규모다. 복합재질 페트병이라고 해서 모두 갈색 맥주 페트병은 아니지만, 80%가량이 주요 주류업계 3사로부터 출고됐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그렇다고 가성비 놓칠 순 없어…대안은?
갈색 페트병이 퇴출당해야 한다는 것 자체에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피처 맥주까지 사라진다고 생각하면 왠지 섭섭하다.
 
사실 우리가 피처 맥주를 구매하는 것은 대부분 ‘가성비’ 때문이다. 최근 대형마트에서 주요 국산 브랜드 맥주는 500㎖ 알루미늄 캔 제품 기준 2000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는데, 1.6ℓ 페트병에 담긴 맥주는 4000원 중반 수준이다. 같은 단위로 환산하면 피처 맥주가 25% 가까이 저렴하다.

 

대용량 맥주를 유통할 수 있는 비(非) 페트병 포장재가 개발된다면 어떨까? 우선 소비자에겐 맥주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이 유지된다. 기업에게도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이득이다. 피처 맥주는 전체 맥주 매출의 10%가량을 차지한다. 가성비를 중시하는 이 10%의 소비자는 피처 맥주병이 사라지면 일반 캔·병맥주를 찾는 대신 아예 대용량 수입 맥주(예컨대 5ℓ 케그 제품)로 눈을 돌려버릴 수도 있다.

 

주요 주류업계 중에선 롯데칠성음료가 가장 먼저 나섰다. 지난해 8월 투명 페트병 맥주 제품을 출시했다. 자외선에 취약하다는 투명 페트병의 원초적 한계는 불투명 라벨로 페트병 전체를 덮어버리는 방식으로 돌파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이 420㎖ 소용량이었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캔이나 병으로도 소화할 수 있는 소용량을 페트병으로 출시하면 오히려 플라스틱 사용량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페트병 몸체를 빈틈없이 두르고 있기 때문에 라벨 제거가 어렵기도 하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아직 대용량 페트병에 적용하기에는 라벨링 기술이 충분히 개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라벨 등 부수 폐기물을 남기는 투명 페트병 대신 재활용이 쉬운 알루미늄 캔을 대형화하는 것이 실질적인 환경 보호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버드와이저(740㎖), 하이네켄(710㎖) 등 제품이 대용량 캔으로 유통되고 있다. 동원그룹의 자회사인 테크팩솔루션은 아예 맥주 페트병을 대체하기 위한 1ℓ 용량의 가벼운 유리 맥주병을 개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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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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