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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모르면 기후문제 못푼다...웜풀 갈수록 넓어져”
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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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에 살아가는 인간은 바다가 삶에서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당장 눈 앞에 닥친 지구의 위기를 해결하고 모든 생명체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바다를 알고 지켜나가야 한다.

 

알리 타브리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 감독과 남성현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지구환경과학부 교수가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것도 바다다.

 

24일 ‘환경 위기의 솔루션, 공존과 연대’를 주제로 개최된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 에메랄드홀에서 열린 제3회 ‘H.eco포럼(헤럴드환경포럼)’에 연사로 나선 알리 타브리지 감독과 남성현 교수는 한 목소리로 바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남 교수는 서울대 해양환경관측연구실을 운영하며 다양한 해역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 ‘반드시 다가올 미래’ 등을 저술하는 등 기후와 환경을 이야기하는 학자다.

 

그는 바다를 모르면 기후 문제를 풀 수 없다고 단언했다. 남 교수는 “바다가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심대하게 영향을 준다”며 “바다가 기후조절자(Climate Controller)인 이유”라고 강조했다.

 

남 교수에 따르면, 바다는 지구에 축적되고 있는 열의 93.4%를 흡수한다. 나머지 6.6%를 대기(2.3%), 대륙(2.1%), 극지방의 빙하나 빙산 등이 맡는다. 즉, 지구가 뜨거워지면 그 열의 사실상 전부가 바다로 쏠린다는 의미다.

 

1970~2010년까지 40년간 바다가 흡수된 열에너지만 약 20ZJ(제타줄, 열에너지의 단위 줄의 10의 21제곱 줄)에 달한다. 남 교수는 “1초마다 원자폭탄이 4개씩 폭발하거나, 지구의 모든 사람이 24시간 내내 전자레인지를 100개씩 가동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수온이 급격히 상승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극지방의 빙하와 빙산이 녹는다. 빙하와 빙산이 녹으면 반사율이 떨어져 반다 온도는 더 올라가는 악순환에 직면한다.

 

극지방 얼음이 급격히 녹는 반면, 적도 부근의 바다는 급격히 뜨거워지고 있다. 남 교수는 “인도양에서부터 서태평양까지 이어지는 해역인 ‘웜풀’은 원래 해수면 온도가 28도가 넘는데, 이 지역의 수온도 갈수록 높아지고 면적도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다의 급격한 변화는 기후위기와도 직결된다. 바다의 온도 분포가 바뀌면서 물순환 체계 자체가 바뀌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폭우와 홍수, 정 반대로 가뭄과 산불 등이 더 강하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도 바다의 변화와 연결돼 있다는 게 남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극한의 이상기후를 자꾸 경험하게 되는 이유”라고 밝혔다.

 

알리 타브리지 감독은 강연을 통해 해양 생태계의 위기를 집중 조명했다. 2021년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보여주며 해양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상업 목적의 어업을 지목했다.

 

그는 “1분마다 500만 마리의 물고기가 사라질 정도로 어종 감소 속도가 엄청나다”며 “다른 동물을 죽이는 속도로 인류를 죽인다면 3일 안에 인류를 멸종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간단한 해결책이 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바다에 희망이 남아있느냐는 질문을 수백번도 더 받았다”며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이 있다. 바다를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류가 바다와 해양 생태계를 있는 그대로 지켜내기만 해도 스스로 회복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는 “(바다와 해양 생물들에) 책임을 지고 나아가 더 사랑스러운 세상을 만들 열망이 있다면 행동하라”고 힘줘 말했다.

 

알리 타브리지 감독은 개인과 정부 등의 차원에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안했다. 그는 “개개인의 실천법은 채식 위주의 식단이다. 해양 생물들을 해치지 않는 지속가능한 어업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각국 정부의 역할과 관련해선, “어업계에 주는 보조금을 중단해야 한다”며 “보조금이 없으면 상업 목적 및 원양어업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 교수도 바다를 보호하는 데에 세계 각국이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한 지적했다. 그는 “바다의 대부분은 주인이 없는 ‘공해’”라며 “책임이 없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던 바다로, 이 지역부터 제대로 보호해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적어도 공해에서는 인간 활동을 비롯한 해양 파괴를 멈춰야 한다”며 “깨끗한 바다로 되돌리지 못한다면 지구는 인간이 거주하지 못할 행성이 될 것”이라고 했다.

 

주소현 기자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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