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품질·경쟁력이 전부였던 시대가 지나갔다. 환경 보호, 사회적 책임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지표가 핵심 기준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선언이나 두루뭉실한 대답으론 충분하지 않다. 객관적인 데이터로 증명해야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법무법인 율촌 ESG연구소의 윤용희 변호사는 “ESG 리스크가 없을 뿐 아니라 프리미엄이 있다는 사실을 수치, 데이터로 입증하는 기업이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변호사는 ESG, 환경, 에너지, 공정거래를 비롯한 규제 분야 전문가다. 2014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 후버 연구소에서 법정책연구과정을 수료했으며 동일 대학 로스쿨에서 환경법과 규제 LL.M.(Master of Law·법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ESG 중심 경영 펼치지 않으면 퇴출…새로운 기회 창출 가능”=윤 변호사는 “ESG 중심 경영을 펼치지 않는 기업은 퇴출되는 게 시대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 시장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이 ESG 생태계에서 키플레이어로 활동하지 않으면 퇴출되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며 “막강한 사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투자자(주주), 고객을 비롯한 중요 이해관계자에게 ESG 맥락에서 준수사항을 요구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ESG 경영에 집중하지 않으면 품질, 가격 등이 좋아도 글로벌 기업과 대기업의 협력업체나 거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취지다. 윤 변호사는 “ESG 경영을 평가하는 방법론이 상당히 고도화됐다”며 “SBTi(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 가입·검증 등을 거쳐야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했다.
ESG 경영이 기업에 부담만 주는 것은 아니다. 윤 변호사는 “ESG 대응이 새로운 기회 또는 프리미엄 창출이 될 수 있는 사례는 너무나 많다”며 대표 사례를 소개했다.
예를들어 유럽 글로벌 제약사의 공급사·협력사의 경우 탄소중립, 생물다양성 등 ESG 프리미엄이 있는 회사가 고객사의 선호를 받고 있다고 한다. 윤 변호사는 “환경 리스크가 있는 협력사와 거래했다간 본인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ESG 프리미엄이 있는 회사의 입지가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연합과 한국에선 지구·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순환 경제·자원 순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규제가 생겨나고 있다”며 “폐기물을 원료로 사용한 제품, 자연분해가 가능한 물질을 포함한 플라스틱,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에 대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회사가 성장의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ESG 수준, 아직 미흡…대기업·중소기업 벽 허물어야”=국내 기업의 ESG 관리 수준에 대해 윤 변호사는 “글로벌 외국 기업과 비교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발견된다”고 밝혔다.
특히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글로벌 외국 기업과 비교했을 때도 상당히 잘하고 있지만 한국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중견·중소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게 윤 변호사의 지적이다. 그는 “중견·중소기업도 글로벌 공급망에 들어가가기 위해선 ESG 경영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ESG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윤 변호사는 “무엇보다 중견·중소기업이 거래하고 있는 대기업을 통해 해당 공급망 소속 협력사들에 대한 평가·지원·제재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라고 판단된다”고 제언했다.
▶“기후 변화, 로펌 중요 업무로 자리잡아”=윤 변호사는 “로펌 입장에서도 기후 변화가 중요한 업무로 자리잡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들어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처분에 대한 대응과 구제절차, 배출권 과대·과소 할당 관련 대관 업무 등 다양한 업무가 법무법인 율촌을 비롯한 로펌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 변호사는 “율촌은 환경, 에너지, 기후 분야를 통합적으로 다루고 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환경에너지팀이라는 융합 지향형 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정부 측 법률고문으로서 환경·보건·안전 관련 법률의 제정, 개정 및 해석에 대해 자문 업무를 다수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율촌은 관련 법령·정책의 제정·개정 방향을 적시에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올바른 방향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환경·ESG 규제 관련 정부에 가장 건의하고 싶은 것에 대해 윤 변호사는 “순환경제 시대에 폐기물은 더 이상 버릴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규제 체계를 격신해 다른 제품의 원료 또는 중간재로서 순환 이용해야 하는 것으로 다루려는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안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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