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항공업계가 ‘2050 탄소 넷제로’를 선언하며 지속 가능 항공유(SAF) 수요는 폭발하고 있지만, 정작 핵심 원료인 폐식용유를 체계적으로 모으고 품질을 증명할 인프라는 없었습니다. 모두가 SAF를 ‘만드는’ 기술에 집중할 때, 저는 그 이전 단계인 ‘확보하고 증명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기회를 발견했습니다.”
폐식용유를 고부가가치 자원인 ‘액체 황금(Liquid Gold)’으로 탈바꿈시키며 기후테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한 ㈜리피드(ReFeed) 이충호 대표는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길어 올린 비즈니스 통찰과 순환경제 시대의 비전을 공유했다.
리피드가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결정적 이유는 단순히 기름을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수거 전 과정의 출처·품질·시간 데이터를 디지털화했기 때문이다.
폐식용유는 아무리 많아도 어디서 왔는지 증명하지 못하면 국제 시장에서는 거래 자체가 불가능하다. 리피드의 데이터는 국제 인증의 근거가 되어 글로벌 정유사에 프리미엄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동시에 프랜차이즈 본사에는 ‘ESG 탄소저감 리포트’를 제공하며 추가 수익 모델까지 창출했다. 데이터로 증명된 ‘투명성’이 곧 ‘수익성’으로 이어진 셈이다.
삼성토탈, 한화큐셀 등 탄탄한 커리어를 뒤로하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 대표는 베트남에서 직접 기름통을 들고 뛰며 현장의 ‘페인 포인트’를 포착했다.
이 대표는 “현지 음식점 사장님들이 가장 걱정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이 폐식용유를 불법 노점상에 되파는 것 아니냐’는 신뢰의 문제였다”며 “그 순간 이 산업의 핵심은 가격 경쟁력이 아니라, 데이터로 수거 과정을 투명하게 증명해 거래처에 신뢰를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현장 통찰은 리피드의 사업 방향을 결정지었다. 단순히 기름을 많이 모으는 것을 넘어, IoT 디바이스와 데이터 솔루션을 통해 전 과정을 투명하게 추적하는 모델을 구축한 계기가 됐다.
리피드의 타겟 시장은 아시아 전역이다. 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60% 이상이 밀집해 있고 식용유 소비량도 압도적으로 많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체계적인 수거 인프라와 순도 인증 시스템이 미비한 상태다. 리피드는 이 간극에서 사업 기회를 발굴했다.
이 대표는 “단기적으로는 폐식용유가 대량 발생하지만 수거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신흥국 시장을 우선 공략한 뒤, 장기적으로는 일본처럼 수거 시스템이 이미 존재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러 있는 선진 시장에도 진출해 산업 전체를 디지털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향후 항공 뿐만 아니라 해운까지 바이오 연료 수요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면서, SMF(지속가능 해양연료) 분야까지 탈탄소 논의가 확산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한국 시장 또한 연간 20~30만 톤 규모의 잠재력이 있다고 보고, 원료 추적 의무화 등 정책적 뒷받침이 있다면 더 큰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테크 분야를 꿈꾸는 청년들에게 ‘데이터 리터러시’와 ‘국제 규제 이해도’를 필수 역량으로 꼽았다. 환경 산업은 이제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넘어 ‘증명’의 산업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 규제가 시장의 룰을 만들고 있는 만큼, 이 흐름을 읽고 데이터로 가치를 입증하는 사람이 기회를 선점할 것”이라며, 리피드 역시 기술(IT), 환경(폐기물), 비즈니스(공급망)를 연결하는 융합적 사고를 통해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순환경제는 더 이상 봉사활동이 아닌 실제로 돈이 되는 글로벌 규모의 비즈니스 기회”라면서 “현장 감각이 있는 실행력, 그리고 데이터를 다루는 능력을 갖춘다면 환경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 곧 압도적인 커리어 성장으로 이어지는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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