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 한국으로 수출된다’
중국의 한 농장에서 발견된 충격적인 모습. 수천마리의 밍크, 여우, 너구리 등이 비좁은 철창에 갇혀, 참담한 최후를 기다리고 있다.
이 모습도 일부일 뿐, 농장 바닥에는 둔기를 맞아 죽은 것으로 보이는 동물들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다.
농장 작업자들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동물들을 내던지고 한 동물의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가 웅덩이를 이룬 장면도 포착됐다.
이는 글로벌 동물구호단체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가 중국의 모피 공장에 잠입해 촬영한 현장. 윤기가 흐르는 모피 옷만 보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다.
동물 모피의 이면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가 나온 바 있다. 실제 전 세계적인 모피 수요 또한 줄어드는 상황. 그렇다고 해서 모피 사용이 없어진 건 아니다.
한국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모피 의류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 잔혹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모피 의류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모피 산업이 유지되며, 인간의 피해도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모피 농장이 인수공통감염병 전파의 주요 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
9일 글로벌 동물구호단체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는 중국 모피 농장 5곳에 대한 신규 조사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많은 동물들이 정신적 이상 징후를 보이는 것에 더해, 둔기에 맞아 죽어있는 모습 등 적지 않은 학대 정황이 담겼다.
이번 조사는 중국 북부 환황도와 단동 모피 농장에서 진행됐다. 현장에서는 수천 마리의 밍크, 여우, 너구리가 1평방미터 이하의 비좁은 철장에서 사육되고 있었다. 철장 아래 널브러진 밍크와 너구리의 사체가 담겼다. 둔기에 맞아 죽은 것으로 보이는 밍크 머리에서 흘러나온 피도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또 밍크 한 마리가 농장 작업자에게 둔기로 맞은 후 바닥에서 몸부림치는 장면까지 포착됐다. 국제경제복합성관측소(OEC)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최대의 모피 수출국. 해당 농장에서 생산된 모피 또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었다.
주목할 점은 한국이 전 세계에서 모피 의류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라는 것. 2024년 기준 전 세계 교역액은 11억3000만원 수준. 최대 수입국은 한국으로 1억5000만달러 수준 교역액을 기록했다. 중국 모피 농장에서 잔혹하게 도살된 동물 모피가 한국 소비자에까지 공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모피 교역 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모피의 잔혹함이 알려지며, 이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규모가 따라 준 영향이다. 중국피혁협회에 따르면 모피용으로 사육·도살되는 동물 수는 2014년 8700만마리에서 2025년 800만마리로 90%가량 감소했다.
이는 전 세계적 추세와도 일치한다. 전 세계적으로 모피용으로 사육·도살되는 동물 수는 지난 10년간 1억4000만마리에서 2050만마리로 86% 감소했다. 바꿔 말하면, 여전히 1년에 2000만마리 동물이 모피 산업을 위해 희생되고 있다는 것.
심지어 모피 산업의 문제점은 ‘동물 학대’에만 있는 게 아니다. 바이러스 학자들은 모피 산업이 인간에 대한 질병 전염 및 또 다른 감염병 범유행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모피동물이 여러 바이러스의 저장소나 중간숙주가 될 수 있고, 밀집된 사육 환경이 감염 전파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
실제 모피 농장에서 코로나19,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 등이 발병하며 수백만마리의 동물이 폐사되거나 살처분된 전례가 있다.
2024년 네이처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중국 모피 농장을 중심으로 39종의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전파될 고위험군으로 식별됐다는 연구 결과가 담기기도 했다. 그중 13종은 잠재적으로 고위험인 신종 바이러스였다. 해당 논문은 모피 농장이 “바이러스성 인수공통감염증의 중요한 전파 거점”이라고 결론 내렸다.
영국의 미생물학자 알라스테어 맥밀런(Alastair Macmillan) 교수는 “수의 미생물학자로서, 고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동물들이 서로 밀집해 있고, 거위·오리·고양이 등 다양한 종이 철장 사이를 돌아다니는 환경은 질병 전파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럽다”며 “모피 농장이 인수공통감염 질병의 배양지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며, 이 영상은 그 위험성을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라고 말했다.
한편, 세계 1위 수입국 한국 소비자들 또한 모피 산업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개 식용 종식법이 제정되는 등 동물복지 분야에서 정책적 진전이 있는 만큼, 모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또한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 휴메인 월드 포 애니멀즈 이상경 캠페인 팀장은 “여우, 너구리 등의 동물은 모피 농장에서 개식용 농장의 개들이 경험하는 것과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제품 선택에 있어 동물 학대에 기반한 동물 모피 제품의 구매를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woo@heraldcorp.com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767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