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이번 주말에 같이 산 갈래?”
회사원들이라면 쉽사리 상상할 수 없는 직장 선·후배와의 주말 나들이. 쉬는 날만큼은 업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게 직장인들의 본능이다.
하지만 반강제적인 압박 없이도, 자발적으로 자녀들까지 총동원해 직장 동료들과 나들이에 나선 사례가 포착됐다.
심지어 직원들이 앞다퉈 참여 의사를 밝힌 주말 모임.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바로 매력적인 ‘취지’가 있었기 때문.
지난 주말 오전, 서울 한 공원에 보라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52명의 사람이 모였다. 이들의 정체는 글로벌 특송 회사 ‘페덱스(FedEx)’의 임직원과 그 가족들.
하지만 이날 부여받은 역할은 회사 직함이 아닌, ‘일일 환경 활동가’였다.
임무는 기후변화로 개체 수가 줄어드는 ‘꿀벌’ 살리기. 구체적으로는 먹이와 서식처를 제공하는 나무 150그루를 심는 것이다.
단순한 직장 동료들과 나들이가 아니라 생태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 공헌 봉사활동. 취지에 공감하거나 자녀에 체험활동 기회를 주고자 하는 임직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끌어낸 비법이다.
지난 11일 환경재단과 페덱스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노을공원에서 밀원수를 심는 ‘꿀숲벌숲 캠페인’을 진행했다. 밀원수는 벌이 꿀이나 꽃가루를 얻을 수 있는 나무를 뜻한다. 밀원수가 벌에게 먹이를 제공하면, 벌은 그 과정에서 식물의 수분에 도움을 준다.
밀원수를 심는 이유는 기후변화와 살충제 사용 등으로 ‘벌’이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100대 농작물의 70%는 꿀벌의 화분 매개 작용에 따라 열매를 맺는다. 벌이 없을 경우, 먹거리 생산과 생태계 안정성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가 지속되며 폭염·가뭄 등으로 먹이를 제때 먹지 못하는 벌이 늘어나고 있다. 이때 꽃이 피는 나무와 식물을 더 확보할 수 있다면, 꿀과 꽃가루 공급이 늘어 벌의 영양부족을 완화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밀원수 식재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것을 넘어, 무너지는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한 대응 방식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참가자들 또한 이같은 밀원수 식재의 배경 설명을 들었다. 아이들의 경우 ‘꿀벌’ 이야기가 나오자 하나같이 눈을 반짝였고, 빨리 나무를 심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이후에는 씨앗에 흙을 섞어 심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직접 흙을 파 나무를 심는 과정까지 직접 경험했다. 힘든 과정에서도 아이들은 웃음을 잃지 않고, 꿀벌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다했다.
이같은 모습에 가장 만족한 건 자녀를 데려온 임직원들. 페덱스 배송직원 구헌진 쿠리어는 “우리가 심은 나무가 꿀벌의 먹이가 된다는 설명에 아이의 눈빛이 달라졌다”며 “아이에게 기후 위기를 백 마디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흙을 만지며 나무를 심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교육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의 ‘친환경’ 활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행사에 참여한 페덱스 임직원과 가족 전원은 개인 텀블러를 지참해 음료를 섭취했다. 일회용 쓰레기는 사용되지 않았다. 간식으로 제공된 메뉴 또한 계란까지 사용하지 않은 비건 샌드위치. 행사 전반에 친환경 취지가 반영된 셈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밀원수를 심는 공간. 상암동 노을공원은 1978년부터 약 15년간 9200만톤의 쓰레기가 쌓이며, 10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쓰레기산이 형성됐던 공간이다. 버려진 것들이 쌓여 형성된 비탈 위에 생태계를 살릴 수 있는 묘목들이 세워지는 셈. 도시 생태 복원의 상징성을 더했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한편, 페덱스는 본 캠페인을 통해 현재까지 누적 300그루 이상의 밀원수를 심었다. 이번 활동을 통해 조성된 밀원숲은 벌 생태계 안정화와 생물 다양성 증진, 도심 대기질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연간 약 296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원빈 페덱스코리아 지사장은 “환경재단과 2년 연속 뜻깊은 활동을 이어가게 되어 기쁘다”며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해 환경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가는 데 의미 있는 시간이었고, 앞으로도 책임 있는 기업으로서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woo@heraldcorp.com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721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