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 대응이 단순한 캠페인을 넘어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로 진화하고 있다.
7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양누리에서 열린 ‘H.에코테크 페스타 2026’의 첫 번째 세션 ‘지속 가능 아이디어가 글로벌 마켓으로’에서는 쓰레기를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전환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는 혁신 기업들의 사례가 집중 조명됐다.
90분간 이어진 이번 세션은 환경 보호가 기업의 비용이 아닌, 새로운 시장 선점의 핵심 열쇠임을 입증하는 자리가 됐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충호 리피드 대표는 폐식용유를 디지털 기술로 관리해 지속가능 항공유(SAF) 원료로 공급하는 사업 모델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 전 세계 항공사가 가장 주목하는 핵심 요소가 바로 폐식용유를 활용한 항공유(SAF)”라며 “2030년 약 200조원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 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원료의 투명한 출처를 데이터로 증명하는 공급망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리피드의 글로벌 확장 전략을 설명하며 “남들이 하기 싫어하고 더러운 기름통을 직접 들고 다니며 얻은 데이터가 지금의 강력한 경쟁력이 됐다”고 회고했다.
리피드는 현재 한국과 베트남, 인도에서 수거 기록을 디지털화하고 국제 인증(ISCC)을 획득해 글로벌 정유사에 원료를 판매하고 있으며, 단순히 수거를 넘어 연료 생산 단계까지 진입해 ‘에너지계의 아람코’와 같은 글로벌 기후테크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승우 119레오 대표는 폐기되는 소방 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해 고기능성 안전 장비를 만드는 자원 순환 사업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연간 70톤씩 버려지는 방화복은 철보다 5배 강한 고강도 섬유인 아라미드로 제작되지만, 복합 소재 특성상 재활용이 매우 까다로웠다”며 “119레오는 고(故) 김범석 소방관의 암 투병 이야기를 계기로 사업을 시작해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동시에, 방화복에서 다시 아라미드 섬유를 뽑아내는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는 “방화복에서 추출한 섬유를 활용해 항공기 내 리튬 배터리 폭발을 방지하는 화재 차단막(FCD)을 제작, 현재 국내 9개 항공사에 전량 납품하고 있다”며 성과를 공유했다.
이 대표는 이어 “과거의 업사이클링이 환경적 가치에만 호소했다면, 이제는 기존 신제(Virgin) 제품보다 뛰어난 성능으로 시장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며 “좌석당 하나씩 차단막이 설치되는 4조 원 규모의 글로벌 안전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산업 폐수에서 고순도 자원을 회수하는 혁신 기술도 큰 주목을 받았다. 양희경 카리 사장은 이차전지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고농도 염폐수에서 황산나트륨 등 유가 자원을 분리해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다.
양 사장은 “단순히 폐수를 끓여 증발시킨 뒤 남은 찌꺼기를 매립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5가지 융복합 기술을 통해 순도 높은 자원을 물질 단위로 분리해 내고 있다”며 “버려지던 폐수가 의약품 원료나 농업용 비료 등으로 재탄생해 새로운 밸류체인을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사장은 특히 실전 비즈니스에서의 전략을 강조하며 “스타트업으로서 대기업의 신뢰를 얻기 위해 클라이언트 확보 전 자사 공장을 먼저 지어 1년 반 동안 실증 데이터를 확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고 비화를 공개했다.
글로벌 IT 기업 HP의 김혜선 전무는 지속가능성이 기업 매출의 핵심 동력이 되었음을 실질적인 수치로 입증했다.
김 전무는 “HP의 2024년 전체 매출 약 80조원 중 60% 이상이 지속가능 제품군에서 발생했다”며 “이제 환경은 기업의 선택 사양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Business Imperative)이자 가장 강력한 수익 창출의 근거”라고 단언했다.
그는 특히 설계 단계의 중요성을 언급하며 “환경 영향의 약 80%가 제품 설계 시점에서 결정되는 만큼, HP는 처음부터 수리와 재활용이 용이한 ‘순환형 설계’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1만3000개의 파트너사와 협력해 가치 사슬 전반의 탄소 발자국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결국 브랜드 신뢰도로 이어져 인재 확보와 매출 증대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 토크에서는 청중들의 질의응답이 오갔다. 소비자의 구매 심리 변화에 대해 김혜선 전무는 “아직 가격이 최우선 고려 사항이지만, 동일한 조건이라면 환경 영향을 고려하는 현명한 소비자의 비중이 이미 3위권 안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이충호 대표는 “순환경제 비즈니스에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규제와 인증에 대한 철저한 이해, 그리고 이를 하나로 묶는 융합적 사고가 성공의 열쇠”라고 미래 세대를 향한 조언을 남겼다.
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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