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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태평양 섬나라, 이번 세기 내 사라질 수도” [H.eco Forum 2022-기후위기와 바다]
2022.05.26

아노테 통 前 키리바시 대통령
현재 해수면보다 겨우 2m 높은 현실
국민 삶의 터전 잃고 기후난민 될수도
온실가스 배출 감축 요구 선진국 외면
‘존엄한 이민’ 국제사회의 책임감 강조
기후변화 의제 정치적 악용 행태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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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인구가 현재의 생활방식과 소비습관을 유지한다면 태평양 섬나라들은 이번 세기까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섬나라 거주민은 ‘기후난민’ 신세를 지게 될 수 있습니다.”

 

중부 태평양 서쪽 섬나라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 전 대통령은 26일 서울 노들섬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2회 H.eco Forum 2022(헤럴드환경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기후 변화로 태평양 섬나라들이 끔찍한 재앙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3번의 대통령 임기를 지내며 전 세계에 키라비시 등 태평양 인근 국가의 위험을 알린 인물이다. 퇴임 이후에도 기후위기를 경고하며 인류의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해수면보다 겨우 2m 높은 키리바시의 미래를 설명했다. 물에 잠길 위기에 직면한 키리바시는 기후 변화로 열대성 폭풍의 빈도와 강도도 증가세다. 12만1000명의 키리바시 국민은 삶의 터전을 잃을 위험에 놓였다.

 

실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가 지난 2월 발표한 제6차 평가보고서에선 곧 섬나라가 ‘사람이 거주할 수 없는 곳’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선진국의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을 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꼬집었다. 그러면서 태평양 섬나라들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요구를 국제사회가 외면하고 있으며 이제 선진국이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노테 통은 “지난해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 마지막 회의에서도 기후 변화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요구했지만 선진국들은 다시 한 번 거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해수면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적절한 방법을 찾지 못하면 키리바시 국민이 ‘기후난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노테 통은 정치지도자로서 조국을 지키려 했고, 키리바시가 재난회복력을 갖출 방법을 모색해왔다. 키리바시 국민이 미래에도 조국에 거주할 수 있길 바라지만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 키리바시가 재난회복력을 갖추는 데에 국제사회가 얼마나 도움을 줄지도 회의적이다.

 

아노테 통은 키리바시가 사라질 가능성에 대비해 ‘존엄한 이민’을 국제사회가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태평양 섬나라의 소멸은 해당 국가의 잘못이 아닌 전 세계의 잘못이란 이유에서다. 그는 “시민이 ‘기후난민’으로 대우받는 것보다 존엄한 이민 정책에 따라 취급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노테 통은 태평양 섬나라의 소멸 외에 기후위기가 해양오염과 어업 파괴에 미칠 영향에도 주목했다. 서·중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 참치 자원의 60%를 차지한다.

 

육지와 달리 바다는 오염의 정도가 눈에 띄지 않는다. 아노테 통은 “눈에 띄지 않으니 바다 안에 어떤 쓰레기가 버려지는지 알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러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 물체가 이미 해양생물들의 ‘먹이’가 되고 있다. 이에 산호는 퇴화하고, 정상적인 해양 순환 패턴은 붕괴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어업 역시 해양생태계 파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선 “ ‘지속 가능한 어업’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그는 ▷배타적 경제수역(EEZ) 내 엄격한 관리 조치 시행 ▷해양보호구역의 지정 확대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

 

이어 “태평양 섬나라 주민에게 물리적·정신적 연결고리인 바다에서 무책임한 개발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짚었다.

 

아노테 통은 기후 변화 의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행태도 비판했다. 그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국가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환경 정책도 함께 바뀐다”며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 기후 변화 문제를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로 과도하게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도, 기후 변화를 정상적인 변화의 과정으로 간주하는 것도 모두 지양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기후 변화란 의제를 감정적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며 “기후 변화로 미래 세대가 겪을 위험한 현실을 과도하게 부각하는 건 불필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아노테 통은 “실용적이면서 현실적인 기후 변화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선진국에 전 세계 젊은 세대가 실망하고 있다”며 “책임 있는 해결책을 강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유혜정 기자

yoohj@heraldcorp.com

 

http://biz.heraldcorp.com/view.php?ud=20220526000554&ACE_SEARCH=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