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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코로나 팬데믹이 두렵다?...더 큰 ‘쓰레기 팬데믹’이 온다
2021.09.23

국민 하루 배출 마스크 1년 73억개
폐마스크 ‘자연’ 돌아가는데 450년
포장배달 늘며 플라스틱 소비 급증
일회용 제품 재활용률 10~15%뿐
“심각한 지구위협 되는 건 시간문제”
환경보호 ‘덜 쓰는’ 게 최상의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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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성남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양민주(32)씨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찾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일상에 스며들기 전까진 일주일에 한 번이면 충분했지만, 작년부턴 3일만 지나도 베란다가 쓰레기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매일 아침 출근 전 비닐로 개별 포장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쓰레기통에 비닐이 수북하게 쌓인다. 재택근무를 하는 날엔 하루에도 몇 번씩 배달음식을 시켜먹기 일쑤다. 양 씨는 “쓰레기 버리는 것도 일이라 최근엔 뽑아 쓰는 일회용 마스크를 사용하는 중”이라며 “배달음식도 가능한 줄이려 하지만 업무 사이 사이 차려먹는 것도 일”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서 배출된 마스크는 73억개. 플라스틱은 1998톤. 이들이 땅 속에서 완전히 썩어 없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450년 안팎. 태우면 1톤당 2~3톤 가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무심코 사용하는 ‘하루짜리’ 마스크, ‘한 끼’ 식사용 플라스틱 용기에 지구가 수백년 간 고통받고 있는 셈이다. 급기야 코로나 팬데믹 이후 ‘쓰레기 팬데믹’이 올 것이란 씁쓸한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 사람은 살리고 환경은 죽이는 ‘마스크 쓰레기’...썩는 데만 450년= 국민권익위원회(국민권익위)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38%는 매일 1개 이상의 마스크를 사용한다. 평균 2.3일 당 1개의 마스크를 소비하는 셈이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를 5100만명이라 본다면 하루에 배출되는 마스크는 2000만개로 추산된다. 1년이면 73억개에 달하는 셈이다.

 

이렇게 사용한 마스크는 대부분 종량제 봉투에 버려진다. 국민권익위가 올해 1월 1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9%가 폐마스크를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린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렇게 버려진 폐마스크가 ‘자연’으로 돌아가기까지 최대 450년이 걸린단 점이다. 마스크 필터의 주 원료가 폴리프로필렌이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귀에 걸기 위한 끈(폴리우레탄 등)조차 300년이 지나야 썩어 없어진다. 그렇다고 태울 수도 없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폐마스크 1톤을 태울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량이 3.07톤이다. 페트병 1톤(2.25톤)을 태우는 것보다 많은 양이 배출된다.

 

▶ 배달 음식 일주일, ‘방 한가득’ 플라스틱...식탁 위까지 ‘침범’= 코로나19발 ‘쓰레기 재앙’은 마스크 뿐만이 아니다.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 택배, 포장 배달 등의 서비스가 늘어나며 플라스틱 소비량도 폭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9년 14조36억원이었던 온라인 음식 배달 거래액(음식가격+배달비)은 지난해 20조1005억원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폐 플라스틱 양은 15%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재활용도 잘 되지 않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10~15%에 그친다. 대부분은 매립되거나 소각되며, 일부는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플라스틱의 주 원료가 화석연료다 보니 석유 및 가스 추출·정제, 분해, 소각 전 단계에서 온실가스까지 배출하는 실정이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이렇게 땅으로,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이 우리 밥상 위로 올라와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한단 점이다. 플라스틱이 완전히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 400~500년.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미세하게 쪼개진 플라스틱들이 토양과 생선살, 어패류 등에 박혀 인간의 몸 속으로 다시 들어온다고 지적한다.

 

▶ ‘병든 지구’ 살리는 법?...덜 쓰고 덜 먹는 게 최선= 재활용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환경 보호를 위해선 ‘덜 쓰는’ 법이 상책일 수밖에 없다. 가급적 배달음식을 시켜먹기 보단 집에서 만들어 먹거나 직접 도시락통을 가져가 테이크아웃을 하는 식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스크 재사용도 한 가지 방법이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 방역과 환경 보호,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일회용 마스크 재사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선 마스크 재 사용시 바이러스 차단 성능 추이 등에 대한 과학적 기준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고려대 의과대학이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가정용 자외선 살균기와 스팀다리미를 약 1분만 사용해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사멸되는 것이 확인됐다. 또 70% 이상의 소독용 에탄올을 3회 분무하는 것도 같은 효과를 나타냈다. 마스크 고유의 바이러스 차단 기능인 필터링 성능도 정상적으로 유지됐다.

 

연구를 진행한 안재평 KIST 연구자원·데이터본부장은 “지금처럼 불필요한 마스크 사용과 폐기가 반복된다면 결국 인류와 지구생태계 전체에 또 다른 심각한 위협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우려했다. 박혜림 기자

 

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