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환경은 기업의 장기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경영 판단”
그 어느 때보다 ‘친환경’의 가치가 위협받고 있는 시대다. 그러나 외부의 변화와 관계없이, 굳건하게 친환경의 가치를 지지하는 이들이 있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도 이들의 역할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단순히 ‘친환경이 옳다’는 윤리적 판단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이들은 ‘친환경도 돈이 된다’는 명제를 믿는다. 기업은 물론,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도 새로운 성장과 이익의 기회가 펼쳐질 거라는 확신이다.
김혜선 HP 전무는 이같은 친환경의 미래 가치를 직접 증명해 나가고 있는 업계의 선두 주자. 글로벌 IT 기업 HP에서 한국과 일본의 정부협력, 공공정책 및 지속가능성 컴플라이언스를 총괄하고 있다.
16일 김 전무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환경이 ‘돈이 될 수 있다’는 말은,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뜻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의 기회로 작동을 시작했다는 의미”라며 “환경은 이미 시장 진입과 성장의 전제가 되는 조건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친환경 활동은 이미 특별한 소식이 아니다. 이제는 규모가 큰 기업 중 친환경 관련 활동을 추진하지 않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 문제는 이같은 행보가 이익과 연결될 수 있는지다. 이익과 연결되지 않는 친환경 행보는 결국 일회성, 혹은 보여주기식 ‘착한 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김 전무는 “환경은 윤리적 판단을 넘어, 거래 조건과 파트너 선택의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다”며 “HP의 경우도 지속가능성이 단순한 부가 요소가 아니라, 신뢰도와 수주 경쟁력을 높이는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는 변화를 확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HP의 친환경 행보는 돈이 되고 있다. HP 지속가능보고서에 따르면 환경 영향을 줄이는 데 기여한 제품과 서비스는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순환 설계와 자원 재활용에 대한 투자를 통해 원자재 사용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동시에, 공급망 리스크와 장기 비용 부담을 구조적으로 완화하고 있다.
김 전무는 “대표적인 게 HP Amplify Impact 프로그램으로, 현재 한국을 포함한 24개국에서 운영되며 1400개 이상의 글로벌 파트너가 참여하고 있다”며 “그 결과 지속가능성 관련 매출만으로도 글로벌 차원에서 35억달러 이상의 실질적 성과가 창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친환경 행보가 단기간에 회사 실적으로 연결되기는 힘들다. 예컨대 제품에 친환경 가치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설비·연구 등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다수 기업이 친환경 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다.
이에 김 전무는 “오늘 투자하지 않으면 그 비용은 결국 내일의 규제 강화와 공급망 불안, 그리고 추가 비용으로 돌아온다”며 “환경은 단기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장기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경영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친환경 가치에 대해 모든 기업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정책들이 물가 상승,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일부 정치권, 기업들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에 반대하는 ‘그린래시(Greenlash)’ 현상도 대두한다.
이에 대해 김 전무는 “정책 환경은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지만, 과학과 시장의 방향은 되돌아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일부 국가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역행하는 듯한 정치적 메시지가 나오지만, 그로 인해 기후위기의 과학적 근거가 달라지거나 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불확실한 시기일수록 기업의 판단 기준이 더 분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전무는 “(오히려) 기업이 어떤 기준과 가치 위에서 결정을 내리는지 더 분명하게 드러내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며 “HP 또한 장기적인 사업 리스크와 고객 신뢰를 중심에 두고 의사결정을 해왔고, 환경은 선택이 아닌 기본 전제가 됐다”고 말했다.
기업 ESG 등 환경 관련 경력을 쌓기를 바라는 이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전공을 막론하고, 환경에 관해 관심 있다면 다양한 기회가 열려 있다는 게 김 전무의 설명이다.
김 전무는 “환경 분야에서의 커리어는 요즘 말로 ‘덕업일치’를 이룰 수 있는, 드문 분야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각자의 전공과 역량이 문제 해결의 어디에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본다면, 생각보다 더 다양한 선택지와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을 가치나 명분으로만 바라보는 데서 나아가, 명확한 문제로 정의하고 실행가능한 해결책을 설계하는 관점이 필요하다”며 “환경 이슈는 복합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엔지니어적 사고를 바탕으로 문제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고, 각 분야의 전문성을 연결하는 협력 모델이 필수”라고 덧붙였다.
김혜선 전무는 2022년 7월부터 2024년 8월까지 HP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지속가능성 정책 옹호 활동을 총괄했다. 현재는 한국과 일본에서 HP의 비즈니스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협력 전략을 수립·추진하는 한편, 지속가능성 컴플라이언스 부문을 이끌고 있다. 김 전무는 오는 5월 7일 ‘H.에코테크 페스타 2026’에서 ‘지속가능 아이디어가 글로벌 마켓으로: 순환경제 혁신 리더들의 강연’의 패널로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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