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여름만 되면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
#.4년 전 직장 문제로 경북 영천에서 서울로 상경한 회사원 권모(30) 씨. 그에게는 현재 다가오는 여름이 큰 걱정 중 하나다. 여름만 되면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질 정도로, 더위에 약하기 때문.
이상한 점은 서울에 올라온 뒤, 유독 더위에 더 취약해졌다는 점. 전국에서 덥기로 유명한 경북 지역에서 오래 살았지만, 서울 도심이 유독 더 덥게 느껴진다는 게 권 씨의 설명이다.
권 씨는 “고향에서도 기온이 30도 후반에 오르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하루 종일 에어컨을 틀고 있어야 하는 수준은 아니었다”며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서울 더위가 유독 무서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농촌이나 교외 지역에 비해, 대도시 거주자들이 유독 ‘더위’를 더 크게 느끼는 현상.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다.
도심은 더위를 더 극대화하는 구조로 조성돼 있다. 쉽게 말해 열이 들어와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조.
빽빽한 건물과 도로 등 도시를 이루는 구성요소가 모두 여기에 기여한다. 태양열을 많이 흡수하고, 또 많이 방출하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
이뿐만 아니다.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에서 나오는 열, 더위를 식히기 위해 가동되는 에어컨 실외기 열 등 도시를 데우는 요소는 끝이 없다.
실제 같은 수준의 날씨라도 도시와 비도시 지역의 기온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서울 내에서도 녹지 환경에 따라 기온 차가 4도 이상 차이가 발생했다.
열섬현상은 쉽게 말해, 도시가 주변 교외·농촌 지역보다 더 뜨거워지는 현상이다. 지도에 기온을 표시하면, 도시 중심부만 온도가 높게 올라가 마치 ‘섬’ 같다고 해 열섬이라고 칭한다. 도시를 구성하는 건물, 도로, 콘크리트, 자동차 등으로 인해 도시의 기온이 올라가는 것.
농촌이나 산림 등에서는 녹지가 햇빛을 반사하거나, 수분을 증발해 열을 식힌다. 하지만 도시는 이런 역할을 하는 녹지가 부족하다. 이에 낮 동안 햇빛을 빨아들이고 그 열을 그대로 흡수한다. 그리고 흡수한 열을 다시 방출하며 도시를 덥게 만든다.
서울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 대한원격탐사학회지에 실린 고려대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서울 423개 행정동의 열섬 강도는 최소 1.29도에서 최대 4.52도 수준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서울 각 지역의 평균기온에서 교외 기준 지역인 양평군의 평균기온을 뺀 값을 ‘열섬강도’로 계산했다.
열섬현상은 사계절 내내 나타나는 현상. 하지만 여름철 ‘폭염’이 닥칠 때 그 위력이 더 크게 발휘될 수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더워질수록, 열섬현상의 강도 또한 강화해 도시 거주자들이 더 극심한 더위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3년 서울대·부산대 공동 연구팀이 1997년부터 2021년까지 25년간 서울의 7~8월 관측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내부 도시 관측지점과 외곽 농촌 관측지점의 기온 차이는 야간 기준 평균 0.53도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수치 외에도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 더위는 더 클 수 있다. 우리가 서 있는 아스팔트 도로, 주변의 건물 벽, 유리창 등에서 지속적으로 열이 방출된다. 몸은 위에서 햇볕을 받고, 아래에서는 도로 열을 받고, 옆에서는 건물 복사열을 받는다. 여기에 바람길까지 건물에 막힌 경우가 많아, 더 덥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가장 영향이 큰 것 중 하나는 에어컨 실외기. 여름철 도심 건물 안에는 활발히 에어컨이 작동되고, 이에 따라 에어컨 실외기에서 더운 바람이 지속적으로 방출된다. 더워서 에어컨을 틀수록 외부 온도는 더 올라가는 악순환이 나타나는 셈이다.
이같은 도심 속에서도 그나마 더위를 방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있다. 바로 ‘도시숲’. 실제 서울 내에서도 도시숲 비율이 높은 지역일수록 열섬현상이 약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지역구에 따라서 최대 4도가 넘는 온도 차이가 벌어졌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2024년 8월 29일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의 평균 지표면 온도는 37.1도로 조사됐다. 하지만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각 지표면 온도는 최저 34.9도, 최대 39.1도로 4.2도의 차이가 벌어졌다.
온도 차의 원인은 ‘도시숲’. 서울시에서 도시숲 비율이 가장 높은 자치구인 강북구(62.3%)의 온도는 34.9도로 가장 낮은 온도를 기록했다. 그 뒤로도 종로구(61.1%)는 36.2도, 관악구(57.4%)는 35.5도, 은평구(52.2%)는 35.7도, 도봉구(51.3%)는 35.5도 등으로 평균에 비해 낮았다.
실제 숲은 뜨거운 직사광선을 가려주는 그늘 효과를 일으킨다. 나뭇잎에서 수증기를 뿜어내 더운 열기를 식혀주는 증산 효과 등도 있어 도심보다 기온이 낮게 형성된다. 폭염 일수에서도 큰 차이가 벌어진다.
한낮에 도시숲과 도심의 폭염(최고 기온 33도 이상) 일수를 측정한 결과, 숲은 2일, 도심은 10일로 숲의 폭염 일수가 도심에 비해 20%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도시숲은 도시 내 미세먼지 저감에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 2006~2023년까지 조사한 결과, 시흥시에 ‘곰솔누리숲’을 조성한 후 미세먼지 농도는 49.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시민도 43%가량 줄었다.
국립산림과학원 관계자는 “도심의 열섬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별로 도시숲을 확대해 지표 온도를 낮춰야 한다”며 “유휴지를 활용해 교통섬과 가로수 등 작은 숲을 조성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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